비는 이미 한 시간 전에 그쳤지만, 강남의 건물들을 타고 오르는 화려한 네온사인 불빛을 거울처럼 반사하는 보도는 여전히 반짝이고 있었다. 밤이 깊어가는 시간이었지만 거리는 한산해지기는커녕 사람들로 북적였다. 우산을 함께 쓴 연인들이 다정하게 손을 잡고 걸었고, 친구들은 어디서 식사할지를 두고 즐거운 실랑이를 벌였다. 지하 계단과 3층 간판 너머 어디서나 은은하게 울려 퍼지는 노래 선율과 사람들의 웃음소리가 어우러져 강남만의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이것이야말로 강남의 진정한 사운드트랙이었 강남 가라오케 다. 전 세계적으로 이 지역을 유명하게 만든 화려한 팝송이 아니라, 방음벽으로 둘러싸인 작은 공간에서 평범한 사람들이 마음을 담아 흥얼거리는, 때로는 음정이 조금 빗나가기도 하는 그런 소박한 노래들 말이다.
나는 서울에 머무는 일주일 동안 노래방을 철저히 피해 다녔다. 노래방을 싫어해서가 아니었다. 그저 두려웠기 때문이다. 바보처럼 보일까 봐, 최신 곡을 몰라서, 그리고 마이크와 반주, 그리고 사람들의 시선이 부담스러워서였다. 하지만 이번에는 동료의 제안에 이끌려, 그동안 외면해왔던 노래방 문을 열고 들어서게 되었다. 가파르고 좁은 계단을 지나 어두운 복도를 통과해 들어간 방은 집안의 욕실보다도 작았다. 그곳에는 테이블과 소파, 반주기, 그리고 마이크 몇 개가 전부였다. 그게 다였다. 하지만 그 모든 것이 그곳에 있었다.
그녀는 첫 곡으로 밝고 익숙한 노래를 골랐고, 그 작은 방의 구석구석을 가득 채우는 엄청난 에너지로 노래를 불렀다. 마이크를 잡고 노래를 시작할 때만 해도 나는 긴장감에 휩싸여 있었습니다. 하지만 어릴 적부터 잘 알고 있어 자다가도 부를 수 있는 노래를 선택해 부르기 시작하자, 처음에는 목소리가 떨리고 감정을 제대로 잡지 못해 헤매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후렴구에 이르자 무언가가 달라졌습니다. 내 모습이나 지난 일들에 대한 생각은 잊어버렸습니다. 그저 노래를 불렀고, 방 안의 사람들도 함께 노래했습니다. 그 짧은 시간 동안 나는 그 무엇도 두렵지 않았습니다.
강남의 노래방은 바로 그런 곳입니다. 두려움을 걷어내고, 그 자리에 함께 즐기는 기쁨을 채워줍니다. 방은 작고 비좁으며 공간도 협소합니다. 길 건너편 무리도 마음껏 노래하는 모습을 볼 수 있고, 그들도 당신을 볼 수 있습니다. 그 시선에서 벗어날 수도, 무리 뒤에 숨을 수도 없습니다. 당신은 그저 있는 그대로, 가식 없이 자유롭게 드러날 뿐입니다. 사회적 지위가 엄격히 구분되고 공연 하나하나가 정교하게 다듬어지는 세상에서, 노래방은 그 모든 역할을 잠시 내려놓을 수 있는 드문 공간입니다. 마음껏 소란스럽게, 음정이 좀 틀려도, 지나치게 감상적이거나 바보같이 굴어도 괜찮습니다. 아무도 당신을 신경 쓰지 않습니다. 모두가 자기 자신을 표현하느라 바쁘니까요.
당신은 한참 동안 노래를 불렀습니다. 듀엣도 부르고 솔로도 불렀습니다. 한국어, 영어, 일본어로 된 노래를 불렀습니다. 아이가 한 소절씩 가르쳐준 동요도 불렀고, 후렴구에서는 다 함께 손뼉을 치기도 했습니다. 당신은 우리 모두가 목이 터져라 따라 부르게 만드는 힘찬 록(rock) 노래를 불렀고, 실제로 우리는 목이 쉴 때까지 소리쳤습니다. 당신은 애절한 발라드를 불렀고, 그 노래를 부르는 동안 당신의 감정이 고스란히 전해져 저 또한 깊은 울림을 느꼈습니다. 노래의 분위기는 때로는 활기차고 때로는 처연하게 요동쳤지만, 결국 그 한 시간은 더할 나위 없이 훌륭했습니다. 숫자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중요한 건 그 시간 그 자체입니다. 재봉틀은 우리가 만들어낸 결과물을 수치로 환산할 수는 있겠지만, 우리의 기쁨이나 깊은 슬픔, 그리고 이 작은 거실에 함께하며 나눈 교감까지는 측정할 수 없을 것입니다.
점원이 그…